뛰어도 “봐봐”, 그림 그려도 “봐봐”|3세 아이는 왜 계속 부모를 부를까요?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 봐봐!”
처음에는 뭐 대단한 걸 보여주려나 싶어서 봤습니다.
뜀뛰기를 합니다.
“아빠, 봐봐!”
그림을 그립니다.
“아빠, 이것 봐봐!”
종이를 한 장 넘깁니다.
“봐봐!”
창문을 엽니다.
“아빠! 봐봐!”
그래. 보고 있다.
아빠가 아주 열심히 보고 있다.ㅋㅋ
사실 보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고개 한번 돌려서 “응, 봤어” 하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가도 봐야 하고, 뭔가 정리하다가도 봐야 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아이가 부르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속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는 또 뭘 봐야 하는 거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별것 아닌 행동까지 왜 이렇게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요?

3세 아이가 자꾸 “봐봐”라고 하는 이유
처음에는 그냥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부모의 관심을 원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아이의 “봐봐”를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시하는 30개월 무렵의 사회·정서 발달 이정표 가운데 실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며 “나 봐!”라고 하는 행동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무언가를 해놓고 부모를 부르는 모습 자체는 어린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행동입니다.
3세가 되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CDC의 3세 언어·의사소통 발달 이정표에는 부모와 두 차례 이상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포함됩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혼자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본 것과 한 것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공유하는 능력도 함께 자라고 있는 겁니다.
3세 전반의 언어·사회성·운동 발달이 궁금하다면 3세 아이 발달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언어·운동·사회성·생활습관 기준에서도 함께 정리해두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건 칭찬보다 “같이 봤다”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지켜보면 꼭 대단한 칭찬을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와! 정말 대단하다!”
매번 이렇게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응, 봤어.”
“오, 창문 열었네.”
“이번에는 더 높이 뛰었네.”
이 정도로 대답하면 만족하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어쩌면 행동의 결과보다 ‘내가 한 것을 엄마 아빠도 같이 봤다’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발달 분야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대상이나 사건에 함께 관심을 두는 상호작용을 공동 주의(joint attention)라고 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공동 주의를 두 사람이 같은 대상이나 사건에 관심을 공유하고,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로 설명합니다. 이런 능력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몸짓, 시선, 가리키기 등을 통해 발달하며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토대가 됩니다.
3세 아이가 말로 외치는 “봐봐!”를 공동 주의와 완전히 같은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미 자라온 이런 상호작용이 훨씬 말다운 형태로 나타나는 장면으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봐봐”는 아이가 보내는 작은 초대장처럼 느껴집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에게는 뜀뛰기 한 번도 꽤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높이 뛰었을 수도 있고, 방금 자기가 생각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습니다.
창문을 여는 것도 어른에게는 그냥 손잡이 한번 돌리는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내가 이것도 할 줄 알아.”
하는 순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가까운 사람을 부릅니다.
“봐봐.”
번역하면 약간 이런 느낌 아닐까요.
“나 지금 이거 하는데, 너도 잠깐 내 세계에 들어와 볼래?”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봐봐”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물론 열일곱 번째쯤 들으면 감동보다는 체력이 먼저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ㅋㅋ

그럼 아이가 부를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춰야 할까요?
여기서 부모 입장의 현실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아이가 부를 때마다 모든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밥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합니다.
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에서는 아이가 신호를 보내고 어른이 반응하는 주고받기 상호작용을 ‘serve and return’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보고, 가리키고, 말하거나 행동했을 때 보호자가 눈빛이나 말, 몸짓으로 반응하며 주고받는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와 하루 종일 계속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호출에 즉시 출동하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가능한 순간에 제대로 반응해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1. 짧게 봐줘도 충분한 순간이 있습니다
매번 크게 호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응, 봤어.”
“그렇게 뛰었구나.”
“네가 그렸네.”
이렇게 아이가 한 행동을 짧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HealthyChildren에서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눈을 맞추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가 말한 것을 짧게 확인해주는 적극적인 듣기를 소개합니다.
2. 정말 바쁠 때는 기다려달라고 해도 됩니다
부모도 생활을 해야 합니다.
칼을 들고 요리하고 있는데 “아빠 봐봐!” 한다고 바로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은 육아는 아닙니다.
이럴 때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아빠 지금 이것만 내려놓고 볼게.”
“잠깐만 기다려줘. 다 하고 보여줘.”
그리고 가능하면 약속한 뒤에는 정말 한번 바라봐줍니다.
즉시 반응하지 못하는 것과 계속 무시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3. 가끔은 한마디 더 붙여봅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아이의 “봐봐”를 짧은 대화로 이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뛰었어?”
“이 그림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뭐야?”
“창문 열었더니 밖에 뭐가 보여?”
질문을 시험처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아이가 시작한 이야기에 부모가 공을 한번 돌려주는 정도면 됩니다.
요즘 부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말투까지 닮아가는 모습이 있다면 3세 아이가 엄마 아빠 말을 그대로 따라해요|말투까지 닮아가는 이유도 함께 보면 이 시기 언어와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봐봐”가 꼭 관심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를 자꾸 부르면 혹시 평소 관심을 충분히 못 줘서 그런 건가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봐봐”라는 말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모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자신이 한 일을 부모와 나누고, 부모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놀이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부모에게 보여주고, 부탁하고, 기대는 순간이 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데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아빠한테 해달라고 할까?|3세 아이 자립심과 어리광 사이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언젠가는 “아빠 보지 마”라고 할 날도 오겠죠
요즘은 정말 뭐든 보여줍니다.
뛰어도 봐야 하고, 그림을 그려도 봐야 하고, 종이를 넘겨도 봐야 하고, 창문을 열어도 봐야 합니다.
그때마다 부모가 하던 일을 잠깐 멈춰야 하니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가 아주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크면 자기 방에서 혼자 무언가를 하고, 부모가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빠, 보지 마.”
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귀가 따갑도록 듣는 “봐봐”가 조금 그리워질지도 모르죠.
물론 그렇다고 오늘 저녁부터 모든 “봐봐”에 감동적으로 반응할 자신은 없습니다.
“응. 봤어. 아빠 진짜 봤어.”
아마 오늘도 이 말을 몇 번은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3세 아이가 하루 종일 “봐봐”라고 하는데 매번 봐줘야 하나요?
매번 즉시 하던 일을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짧게 눈을 맞추고 반응하고, 바쁜 순간에는 “이것만 하고 볼게”라고 알려준 뒤 나중에 반응해줘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요구를 즉시 들어주는 것보다 아이와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경험입니다.
계속 부모를 부르는 건 관심을 부족하게 받아서 그런 건가요?
“봐봐”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관심 부족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한 일이나 발견한 것을 부모와 공유하고 싶어서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특히 자주 부르는지 함께 살펴보는 편이 더 도움이 됩니다.
“봐봐”라는 말도 발달 과정의 하나인가요?
CDC는 30개월 무렵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호자에게 보여주며 “나 봐!”라고 하는 모습을 사회·정서 발달 이정표 가운데 하나로 소개합니다. 3세에는 대화를 주고받는 의사소통 능력도 발달합니다. 다만 한 가지 행동만으로 아이의 발달 상태를 평가할 수는 없으며 전체적인 언어, 놀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3세 아이 발달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언어·운동·사회성·생활습관 기준
- 3세 아이가 엄마 아빠 말을 그대로 따라해요|말투까지 닮아가는 이유
-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아빠한테 해달라고 할까?|3세 아이 자립심과 어리광 사이
참고자료
- CDC, Milestones by 30 Months
- CDC, Milestones by 3 Years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Joint Attention: What Is It and Why Is It Important?
- 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Serve and Return
- HealthyChildren.org, Communication Skills Start at Home
발달 안내
이 글은 실제 육아 경험과 일반적인 유아 발달 정보를 함께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이의 발달은 한 가지 행동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언어·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이전에 할 수 있던 능력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관련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