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할 수 있는데 왜 아빠한테 해달라고 할까?|3세 아이 자립심과 어리광 사이

요즘 아이를 보면서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합니다.

옷도 어느 정도 혼자 입고, 밥도 스스로 먹습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부모의 손이 필요했던 일들을
이제는 혼자 해내는 모습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스크림 포장을 혼자 뜯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것도 이제 혼자 할 수 있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작은 순간에서
생각보다 크게 성장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양말을 신으며 스스로 해보는 3세 아이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해보는 일이 조금씩 늘어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잘하면서도
제가 옆에 있으면 갑자기 해달라는 일이 많아집니다.

“아빠가 해줘.”
“아빠가 입혀줘.”
“아빠가 열어줘.”

분명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해달라고 할까?

처음에는 저도 조금 헷갈렸습니다.

정말 못하는 건지,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유독 아빠에게만 어리광을 부리는 건지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과 항상 혼자 하고 싶은 것은 꼭 같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가 없을 때는 스스로 해야 하니 해내지만,
믿고 기대도 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한번쯤 도움을 받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어른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끔 누군가 대신해주면 편한 것처럼 말입니다.

만 3세 무렵에는 혼자 옷을 일부 입거나
포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생활 기술이 늘어납니다.
CDC에서도 이런 행동을 3세 무렵의 발달 이정표 가운데 하나로 소개합니다.


CDC – Milestones by 3 Years

그래서 요즘은 바로 해주지 않고 조금 기다려봅니다

요즘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이미 할 줄 아는 일을 해달라고 하면
바로 손부터 내밀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거 아빠가 알아.”
“한번 해봐. 아빠가 보고 있을게.”

이렇게 말하고 조금 기다려봅니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는 동안 옆에서 기다려주는 아빠
바로 대신해주기보다 아이가 먼저 해볼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봅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제가 먼저 해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계속 부모가 대신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한번 해보게 하는 것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끝까지 무조건 혼자 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옷을 입다가 한 부분이 잘 안 되거나,
포장을 뜯다가 정말 힘들어하면
그 부분만 살짝 도와줍니다.

“어디가 어려워?”
“여기까지만 아빠가 도와줄까?”

전부 대신해주는 것보다
이 정도가 우리 집에는 조금 더 잘 맞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혼자 하게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부모도 어느 순간 너무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할 줄 알잖아.”
“혼자 해.”

저도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피곤하거나,
그날 유난히 부모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날까지
모든 도움을 거절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 옷을 입혀주고,
가끔 뚜껑을 열어주고,
가끔 밥을 도와준다고 해서
이미 생긴 자립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국소아과학회가 운영하는 HealthyChildren에서도
어린아이에게 생활 속에서 독립할 기회를 주면서도
부모의 도움과 지지가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HealthyChildren – Growing Independence

우리 집에서 정한 기준은 단순합니다

요즘은 세 가지 정도만 생각합니다.

할 줄 아는 일은 먼저 해보게 합니다.
어려운 부분만 도와줍니다.
정말 기대고 싶은 날에는 가끔 그냥 해줍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정리한 글도 있습니다.
옷 입기, 밥 먹기, 정리처럼 어떤 일을 어느 정도 맡겨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
3세 아이 자립심 키우는 방법|부모가 대신하지 말아야 할 일 7가지

유독 부모에게만 그러는 모습도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왜 나한테만 이러지?’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밖에서는 제법 잘하고
집에 오면 부모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어쩌면 가장 편한 사람 앞에서 조금 더 기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도움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할 기회는 잃지 않게 하는 것
더 중요해 보입니다.

아이와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 기준을 세울지 고민될 때는
부모가 일관된 기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아이와 한 약속, 매번 지켜야 할까?|3~5세 협상과 부모의 일관성

혼자 하는 모습이 조금씩 늘어가는 중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부모가 해줘야 했던 일을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혼자 해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합니다.

아이스크림 포장을 혼자 뜯는 것처럼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부모에게는 아이가 컸다는 작은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너무 빨리 대신하지 않고
조금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아이가 내미는 손을 그냥 잡아주려고 합니다.

혼자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더 이상 부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지금은 혼자 하는 법도 배우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법도 함께 배우는 시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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