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아이 다리를 주무르며,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은 하루 중 제가 가장 지쳐 있을 때입니다.
아이도 하루를 다 보냈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씻기고, 양치시키고, 잠옷을 입히고 침대까지 데려오면 이제 정말 오늘 하루가 끝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하루가 조금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졸려 보였는데 침대에 눕고 나면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기기도 하고, 조금만 더 놀고 싶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말합니다.
“이제 진짜 자자.”
아마 아이를 재우는 집이라면 꽤 익숙한 밤일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의 다리를 만져주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잠들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뭔가 편안하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 다리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주고, 제가 알고 있는 자장가를 조용히 불러줬습니다.
마사지라고 부르기에는 특별한 기술도 없습니다.
세게 누르지도 않고, 어딘가를 꾹꾹 지압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아이가 편안해하는 정도로 다리를 몇 번 천천히 쓰다듬어줍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 시간이 좋은 모양입니다.
침대에 누워 자연스럽게 다리를 내밀기도 하고, 제가 만져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거의 매일 해주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를 잘 재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잠들었으면 좋겠고, 하루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 다리를 만져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이 나에게도 꽤 좋구나.
하루 동안 아이에게 참 많은 말을 합니다.
밥 먹자.
씻자.
그건 위험해.
장난감 정리하자.
이제 나가야 해.
이제 정말 자야 해.
아이를 키우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가끔 마음 한쪽이 조금 걸립니다.
오늘 아이에게 웃어준 시간보다 무언가를 하라고 말한 시간이 더 길지는 않았을까.
조금만 기다려줬어도 되는 순간에 괜히 재촉한 것은 없었을까.
피곤했던 날에는 이런 생각이 조금 더 많이 듭니다.
그 몇 분 동안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 다리를 만져주는 동안에는 이상할 만큼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잘하라고 할 것도 없고, 빨리하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도 무언가를 해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있고 저는 옆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 다리를 천천히 쓸어주면서 자장가를 부릅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던 두 사람이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아이 숨소리가 조금씩 느려지고, 말이 줄어들고, 방 안도 조용해집니다.
저도 그제야 하루가 끝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다 가끔 혼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도 그래도 아빠 노릇 하나는 했구나.’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 다리를 몇 분 만져줬다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나서는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날이 많습니다.
오늘 화를 조금 덜 냈어야 했나.
조금 더 놀아줬어야 했나.
아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줬나.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깁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보내는 그 몇 분이 저에게는 작은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가끔은 일이 됩니다
물론 매일 그런 마음으로 다리를 만져주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피곤한 날도 있습니다.
저도 빨리 누워 눈을 감고 싶은데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주 솔직하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오늘 하루만 안 하면 안 될까.’
좋아서 시작한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육아에는 그런 일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해서 해주다가 어느새 부모가 지켜야 하는 약속처럼 느껴지는 것들.
그래서 요즘에는 이 시간을 완벽하게 지키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힘이 있는 날에는 조금 오래 해주고, 정말 피곤한 날에는 몇 번만 쓰다듬어줍니다.
어떤 날은 다리를 만져주는 것보다 자장가 한 곡을 부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똑같이 해주는 것보다 오래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언젠가는 이 다리도 제 손에서 멀어질 겁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금 당연한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늘 안아달라고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혼자 걸어가고, 늘 같이 놀아달라고 하던 아이가 어느 날 혼자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아직은 침대에 누우면 자연스럽게 제 앞에 작은 다리를 내밀지만 이것도 계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느 날은 제가 만져주려고 해도 괜찮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자장가도 이제 그만 불러달라고 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아마 그게 자연스러운 성장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억은 해두고 싶습니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작은 침대 옆에 앉아 아이 다리를 쓰다듬던 밤들.
아이는 졸린 눈으로 누워 있고, 저는 같은 자장가를 몇 번이고 불렀던 시간.
그때의 저는 피곤했고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이 싫지는 않았다는 것을요.
아이를 재우던 시간이 사실은 제 하루를 재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재우려고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아이가 잠드는 동안 저 역시 하루를 조금씩 내려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잘하지 못했던 일도 있고, 마음에 걸리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아이 옆에 앉았습니다.
작은 다리를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고 자장가를 불렀습니다.
그것만으로 오늘의 부족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밤에도 아마 같은 일을 할 겁니다
오늘도 아이는 쉽게 잠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또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고, 조금만 더 놀고 싶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피곤해서 “이제 자자”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할지 모릅니다.
그러다 결국 방 안의 불을 낮추고 아이 옆에 앉을 겁니다.
그리고 작은 다리를 몇 번 천천히 쓰다듬어줄 겁니다.
자장가도 하나 부를 겁니다.
그게 아이의 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루의 마지막에 아이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잠시 곁에 있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아마 오늘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는 여기까지 잘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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