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많이 자랐다고 느낀 날|어느새 우리도 그런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를 보고 있으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은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섭니다.
작은 물건을 옮기거나 자기 물건을 챙길 때도
부모의 손보다 자신의 손을 먼저 내밀곤 합니다.
물론 아직은 서툴 때가 더 많습니다.
끝까지 혼자 해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잘되지 않으면 금세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부모의 눈에는 아직 조금 못미더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걱정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더 크게 남습니다.
혼자 해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
칭찬을 한 번 더 받고 싶어서인지,
작은 일에도 자기가 먼저 해보려는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마음까지 자랐을까 싶습니다.
아이의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을 지켜보다 보면,
자립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혼자 모든 일을 해내는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아주 작은 시도라도
아이에게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한 발 더 나아가는 일인지 모릅니다.
며칠 전에는 가족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카트를 밀고,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아이는 우리 옆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장보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조금 큰 아이와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가족을 보면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곤 했습니다.
아이는 부모 옆을 제법 능숙하게 따라다니고,
자기가 필요한 것을 말하기도 하고,
가벼운 물건 하나쯤은 직접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도 나중에는 저렇게 자라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 마트에서 바라본 우리 가족의 모습이
예전에 보았던 바로 그런 가족과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카트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아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걸으며 물건을 구경했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것을 가리켰고,
작은 장바구니를 들고 제법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아이를 칭찬해준 것도 아니었고,
기념할 만한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장을 보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순간 속에서
우리도 어느새 그런 가족이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를 다시 바라봤습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을까요.
늘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옷이 작아지고,
말이 늘어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많아지는 동안에도
부모에게 아이는 여전히 어제와 비슷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품에 안겨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의 두 발로 우리 앞을 걸어갑니다.
부모의 손을 기다리던 아이가
먼저 해보겠다며 작은 손을 내밉니다.
아이는 하루아침에 자란 것이 아닐 것입니다.
어제도 조금 자랐고,
오늘도 조금 자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부모가 그 시간을 어느 날 문득 알아차렸을 뿐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끝에서 갑자기 알게 됩니다.
아이가 참 많이 자랐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가 자란 만큼
우리 가족의 시간도 꽤 많이 흘렀다는 것을.
오늘도 아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범하게 지나가는 이 모습도
언젠가는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