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후 숨바꼭질만 하자는 3세 아이|아빠와 다시 만나는 놀이의 의미

요즘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놀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숨바꼭질입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먼저 저를 찾습니다.

“아빠, 숨바꼭질하자!”

그러면 제가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고, 아이는 신이 나서 집 안 어딘가로 달려갑니다.

사실 숨는 장소는 거의 비슷합니다.

소파 옆이나 커튼 뒤처럼 제가 조금만 둘러보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정말 모르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 아이는 숨을 죽이면서 웃음을 참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가 발견하면 정말 크게 웃습니다.

어린이집 하원 후 집에서 아빠와 숨바꼭질을 하며 커튼 뒤에 숨은 3세 아이
요즘 하원 후 우리 집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놀이가 숨바꼭질입니다.

왜 하필 하원하고 나서 숨바꼭질일까?

처음에는 그냥 요즘 숨바꼭질에 빠졌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몇 주 반복하다 보니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친구들과 놀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정해진 일과에 맞춰 생활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 중 한 명인 아빠와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 숨바꼭질이 단순한 놀이뿐 아니라 하루 동안 떨어져 있던 아이와 아빠가 다시 만나는 우리 집만의 작은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심리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먼저 놀이를 제안하고 부모가 그 놀이에 반응하며 여러 번 주고받는 과정 자체는 즐거운 부모·자녀 상호작용이 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에서는 어린아이와 보호자가 서로 신호를 보내고 반응하는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serve and retur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아이의 행동이나 말에 보호자가 반응하고, 다시 아이가 반응하는 이런 주고받는 경험이 어린 시기의 관계와 의사소통 발달에 중요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숨바꼭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주고받는 놀이입니다

숨바꼭질은 규칙이 굉장히 단순합니다.

한 사람은 숨고, 한 사람은 찾습니다.

하지만 세 살 아이와 해보면 그 안에 꽤 많은 상호작용이 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1. 아이가 놀이를 먼저 시작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대부분 아이가 먼저 “숨바꼭질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어디에 숨을지도 아이가 결정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하루 동안 일정과 규칙을 따라야 하는 시간이 많지만, 집에서 하는 숨바꼭질에서는 아이가 놀이의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 HealthyChildren에서도 부모가 적어도 하루 중 일부 놀이에서는 아이가 주도하는 방식을 따라가 보는 것을 권합니다.

아이의 선택을 모두 허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안전한 놀이 안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관심을 따라가 주는 것입니다.

2. 기다리고, 찾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제가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아이는 급하게 숨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열!”

숨어 있는 동안에는 제가 언제 올지 기다립니다.

제가 일부러 엉뚱한 곳을 찾아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까이 가면 웃음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결국 제가 아이를 발견하며 외칩니다.

“찾았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도 바로 이때입니다.

3. 역할을 바꾸는 것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숨고 제가 찾는 역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숨어 있고 아이가 저를 찾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이가 숫자를 세고, 제가 숨어 있는 곳을 찾으러 다닙니다.

CDC의 3세 발달 안내에서는 이 시기 대부분의 아이가 다른 아이를 알아차리고 놀이에 참여하며, 상대와 두 번 이상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주요 사회·의사소통 발달 항목으로 제시합니다.

숨바꼭질 자체가 특정 발달 능력을 만들어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역할을 바꾸고 순서를 기다리는 이런 놀이는 부모와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도 숨바꼭질을 놀이 예로 소개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의 부모 정보 사이트 HealthyChildren은 유아기 놀이를 소개하면서 숨바꼭질이나 보물찾기 같은 활동이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숨바꼭질을 일부러 ‘교육 놀이’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숫자를 세니까 숫자 공부를 더 시키거나, 숨은 장소를 설명하면서 학습 문제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이가 숨고 제가 찾고, 서로 웃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원 후에는 아이의 모습이 매일 다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하원 후 모습이 매일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떤 날에는 집에 오자마자 신나게 숨바꼭질을 하자고 합니다.

반대로 어떤 날에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평소 혼자 하던 것도 아빠에게 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내는데 집에 오면 짜증 내는 아이|하원 후 폭발하는 이유
라는 글에서도 적었지만, 하원 무렵에는 피로와 배고픔, 많은 자극,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전환 등이 한꺼번에 겹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계속 질문하기보다, 먼저 조금 편하게 있을 시간을 주려고 합니다.

요즘 우리 아이에게 그 시간이 숨바꼭질인 것 같습니다.

숨바꼭질 놀이가 끝난 뒤 아빠를 향해 웃으며 달려오는 3세 아이
결국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숨는 것보다 아빠와 다시 마주 보고 웃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숨바꼭질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면서 또 하나 느끼는 것은 아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 숨을지 고르고, 누가 먼저 숨을지 정하고, 언제 다시 할지도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아주 사소한 선택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이 놀이를 만들어가는 경험입니다.

최근에 쓴
3세 아이 자립심 키우는 방법|부모가 대신하지 말아야 할 일 7가지
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작은 일은 부모가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숨바꼭질에서도 비슷합니다.

제가 더 좋은 숨는 장소를 알려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게 두는 편이 훨씬 재미있어합니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놀이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세 살 아이가 숨바꼭질을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갑자기 부모가 사라지는 놀이를 불편해하거나 숨어 기다리는 것보다 다른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만든
우리 아이 기질 검사|놀이처럼 알아보는 우리 아이의 타고난 기질
에서도 아이마다 새로운 상황에 반응하고 활동에 몰입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다뤘습니다.

따라서 숨바꼭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힘든 날에는 횟수를 미리 정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큰 문제는 숨바꼭질이 잘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번 찾으면 다시 숨고 싶어 하고, 또 찾으면 이번에는 아빠가 숨으라고 합니다.

아이와 노는 시간은 즐겁지만 저 역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날에는 체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작할 때 횟수를 정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섯 번 하자.”

“이제 세 번 남았어.”
“두 번 남았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어디에 숨을지 잘 골라봐.”

갑자기 “이제 그만”이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도 끝나는 순간을 예상할 수 있어서 우리 집에서는 이 방법이 조금 더 편합니다.

집에서 숨바꼭질할 때 안전 규칙은 먼저 정했습니다

아이의 숨바꼭질 실력이 늘수록 새로운 곳에 숨으려는 시도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재미보다 먼저 알려주는 것이 있습니다.

숨으면 안 되는 장소입니다.

  • 현관 밖이나 베란다
  • 문이 잠길 수 있는 공간
  • 큰 가구 뒤처럼 끼이거나 넘어질 수 있는 곳
  • 욕실이나 물이 있는 장소
  •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장소
  • 큰 이불이나 물건 아래처럼 숨이 막힐 위험이 있는 곳

대신 소파 옆, 커튼 뒤, 열려 있는 방문 뒤처럼 부모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놀게 합니다.

아이와 하는 놀이에서는 재미보다 안전이 먼저라는 기준만큼은 협상하지 않습니다.

굳이 교육 놀이로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이와 놀다 보면 부모는 자꾸 무엇인가를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깁니다.

숨바꼭질을 하면서 숫자를 세니 숫자 공부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소파 뒤”, “문 옆” 같은 표현을 가르쳐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놀이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여러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이 놀이만큼은 굳이 교육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신나게 숨고,

아빠가 자신을 열심히 찾아주고,

결국 서로 얼굴을 보고 크게 웃는 것.

그 정도면 지금 우리에게는 충분한 놀이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이 놀이도 하지 않겠죠

솔직히 매일 반복하면 귀찮은 날도 있습니다.

“오늘도 또 숨바꼭질이야?”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미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동안 매일 찾던 놀이도 어느 날 갑자기 하지 않게 됩니다.

매일 읽어달라던 책이 어느 순간 책장에 그대로 놓이고, 매일 가지고 다니던 장난감도 어느 날 관심 밖으로 밀려납니다.

숨바꼭질도 아마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언젠가는 아이가 하원해서 집에 돌아와도 더 이상 저에게 숨바꼭질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 날이 오겠죠.

그래서 요즘은 체력이 허락하는 날이면 몇 번이라도 같이 해주려고 합니다.

“아빠, 숨바꼭질하자.”

지금은 너무 자주 듣는 말이지만,
몇 년 뒤에는 제가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질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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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안내:
이 글은 실제 육아 경험과 일반적인 유아 놀이·발달 정보를 함께 정리한 글입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만으로 아이의 정서 상태나 발달 수준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아이마다 놀이 방식과 발달 속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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