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가 갑자기 말을 너무 안 들어요|미운 네 살이 시작된 걸까요?

요즘 우리 집에서는 아이를 보다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 여우방맹이가 된 것 같은데?”

밥을 먹자고 몇 번을 불러도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밥 먹어야지. 얼른 앉아.”라고 해도 자기 할 일을 계속합니다.

그런데 부모도 지쳐서 “그래, 그럼 먹지 마”라고 하면 그제야 식탁으로 옵니다.

주는 음식도 예전처럼 바로 먹기보다 한 번씩 살펴보고 의심합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목소리가 커지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다음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모에게 붙습니다.
옷을 잡아당기고, 안기고, 몸을 기대고, 목소리와 표정까지 달라집니다.

조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던 아이와 같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많은 말을 알아듣고 자기 생각도 제법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이렇게 잘 알아듣는데 왜 전보다 더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느껴질까?”

흔히 말하는 ‘미운 네 살’이 우리 집에도 시작된 걸까요?

우리 집에서 보이는 모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시간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밥 먹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식탁에 앉지 않고, 음식마다 한 번씩 살펴보니 식습관 문제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아이를 보다 보니 밥에만 국한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 하라고 하면 바로 하지 않고 자기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고 싶어 할 때가 있습니다.
  • 자기가 하려고 했던 일을 부모가 먼저 하면 크게 속상해합니다.
  •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습니다.
  • 그러다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갑자기 애교가 많아집니다.
  • 혼자 하겠다고 고집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부모에게 잔뜩 달라붙습니다.

하나씩 떼어놓으면 전혀 다른 행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최근 이런 모습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밥을 안 먹는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는 한 가지 문제로 보기에는 조금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 행동하거나 화를 냈다가 다시 부모에게 애교를 부리는 3세 아이의 다양한 모습
하라고 하면 싫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가 나고, 또 어느 순간에는 부모에게 달라붙습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자주 만나는 모습입니다.

‘미운 네 살’은 정확한 발달 단계 이름은 아닙니다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의학적으로 정해진 발달 단계의 이름은 아닙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자기주장과 고집이 눈에 띄게 강해지는 시기를 표현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모든 3~4세 아이가 같은 행동을 하거나 같은 강도로 반항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는 일이 늘고 자신의 생각과 선택을 표현하는 능력도 발달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가 운영하는 HealthyChildren은 3세 무렵 아이가 옷 입기나 손 씻기 같은 일을 스스로 하려고 하고, 자신이 먹거나 입고 싶은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CDC 역시 3~5세 시기에 아이의 독립성이 점차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집에서 최근 나타나는 행동을 모두 이것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예전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행동과 말로 표현하려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히 느껴집니다.

말을 알아듣는 것과 바로 따르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은 이것입니다.

“분명 내 말을 알아들었는데 왜 안 하지?”

예전에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밥 먹자”, “옷 입자”, “이제 씻자”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해했다고 해서 언제나 부모가 원하는 순간에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요구와 아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충돌하는 순간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요즘 ‘말을 안 듣는다’는 표현 안에 여러 상황이 섞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지금 하던 일을 끝내고 싶은 경우도 있고, 부모가 정한 순서보다 자기가 결정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매번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상황을 곧바로 ‘버릇이 나빠졌다’고 해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먹지 마”라고 하니까 그제야 앉는 이유

우리 집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밥 먹자.”
“앉아야지.”

몇 번을 이야기해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부모가 지쳐서 “그래, 그럼 먹지 마”라고 하면 갑자기 식탁으로 와서 앉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청개구리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밥 자체보다 누가 결정하느냐가 아이에게 중요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 마음속을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반드시 주도권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3세 전후에는 선택하고 스스로 해보려는 행동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모든 행동을 명령하는 방식보다 제한된 선택지를 주는 방법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CDC에서도 3~5세 아이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기보다 몇 가지 단순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도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빨리 앉아.”를 계속 반복하기보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야. 네가 의자에 올라갈래, 부모가 도와줄까?”

처럼 해야 할 일 자체는 부모가 정하되 그 안에서 아이가 고를 수 있는 작은 부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소리 지르다가 갑자기 애교를 부리는 아이

요즘 특히 재미있게 느껴지는 변화도 있습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집니다.
화가 나면 얼굴과 몸 전체로 불만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갖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부모에게 부탁할 일이 생기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옷을 잡고 가까이 붙고,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여우방맹이가 됐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어른처럼 계산해서 부모를 조종하는 행동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말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늘면서 아이는 자신의 말투와 행동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표현을 사용하면 부모가 웃는지, 어떤 말투로 부탁하면 이야기를 들어주는지도 생활 속에서 조금씩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의도적으로 표현을 바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화내는 방법밖에 없던 아이가 부탁하고, 웃고, 달라붙고, 말을 바꾸어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는 것은 의사표현 방법 자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하겠다면서 왜 또 부모에게 달라붙을까?

이 부분도 처음에는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떤 일은 부모가 손을 대는 것조차 싫어하면서, 또 어떤 순간에는 옷을 붙잡고 안기고 계속 몸을 기대려고 합니다.

하지만 독립하려는 마음과 부모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반드시 반대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뒤 오히려 부모 앞에서 “해줘”라고 말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전에 쓴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아빠한테 해달라고 할까?|3세 아이 자립심과 어리광 사이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는 것과 아이가 부모에게 기대는 순간을 받아주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현관에서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고 혼자 신발을 신어보려는 3세 아이
도와주려고 하면 싫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혼자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이런 작은 순간에서도 아이의 자기주장이 커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모든 행동을 받아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자율성이 자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부모가 모든 행동을 허용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기회는 줄 수 있지만,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까지 아이의 선택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나는 감정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이 나온다면 그 행동에는 분명한 기준을 알려줘야 합니다.

CDC의 3세 발달 안내에서도 몇 가지 단순하고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어겼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가능한 한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게 말하려고 합니다.

“화났구나. 그래도 때리면 안 돼.”

“싫을 수 있어. 소리 말고 말로 이야기해줘.”

그리고 선택해도 되는 일이라면 선택지를 줍니다.

반대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부모가 기준을 정합니다.

아이의 마음은 인정하되 모든 결정권까지 넘겨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지금 우리 집에서 가장 연습이 필요한 부분도 이것인 것 같습니다.

감정이 커진 날에는 평소 방법이 안 통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유난히 피곤하거나 졸린 날에는 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크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낮부터 “심심하다”고 반복하던 아이가 잠들기 전 결국 크게 울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평소 사용하던 진정 방법도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경험은 3세 아이가 “오늘 하루 종일 심심했어”라고 울어요|화를 내기 전 부모가 알아야 할 것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행동만 보기 전에 배가 고픈지, 너무 피곤한지, 하던 놀이를 갑자기 끊게 된 것은 아닌지도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가 아무리 살펴도 그냥 하기 싫은 날도 있을 테니까요.

요즘 우리 집에서 해보려는 방법

아직 우리 집에서도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 잘 통했던 방법이 내일은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행동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는 해보려고 합니다.

  •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기보다 짧고 분명하게 말하기
  •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아이가 선택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기
  • 가능한 상황에서는 두 가지 정도의 작은 선택지를 주기
  • 혼자 해보겠다고 하면 시간이 조금 걸려도 기다려보기
  • 화난 감정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구분해서 말하기
  • 부모에게 기대고 싶은 순간까지 무조건 밀어내지는 않기

매번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면 부모도 아이도 지칠 것 같습니다.

대신 지금은 부모가 정해야 할 기준은 유지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결정해볼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시기라고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말을 안 듣는 아이가 된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육아하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까지 하기 어렵습니다.

몇 번을 불러도 오지 않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다시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소리를 지르면 부모도 화가 납니다.

그러다가 필요한 게 생겼다고 갑자기 예쁜 표정으로 달라붙으면 황당해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요즘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이를 조금 떨어져서 보면 예전과 다른 모습도 함께 보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더 정확하게 알고,
싫은 것도 분명하게 표현하고,
혼자 해보려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그 과정이 부모의 계획과 매번 잘 맞아떨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 아이의 최근 행동이 모두 발달 과정 때문이라고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마다 기질도 다르고, 피로와 환경, 가족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행동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의 모습을 단순히 “말을 드럽게 안 듣는다”로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말을 안 듣는 시기가 시작됐다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해보고 싶은 아이가 훨씬 선명해진 시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해도 말을 안 들으면 힘든 건 똑같습니다.

아마 ‘미운 네 살’이라는 말에는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그 성장을 매일 바로 옆에서 받아내야 하는 부모의 고단함까지 같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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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3세 아이가 갑자기 말을 안 듣는 것은 미운 네 살 때문인가요?

‘미운 네 살’은 공식적인 발달 단계의 명칭은 아닙니다. 다만 3세 전후에는 아이가 스스로 하려는 행동과 자기표현이 늘어날 수 있어 부모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고집이 세지고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행동의 정도에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아이가 하라는 것은 안 하고 하지 말라면 하는데 일부러 그러는 건가요?

모든 행동을 의도적인 반항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거나 자신이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 가능한 상황에서는 제한된 선택지를 주고, 안전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은 부모가 짧고 일관되게 알려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도 그냥 받아줘야 하나요?

감정을 인정하는 것과 모든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속상하거나 화날 수 있다는 것은 받아주되 때리기, 물건 던지기 등 허용할 수 없는 행동에는 분명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 폭발이 매우 잦거나 강도가 심해 가정생활이나 어린이집 생활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준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발달 전문가와 상담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이 글은 우리 집에서 최근 경험한 아이의 행동을 바탕으로 공개된 발달·양육 자료를 함께 살펴본 내용입니다. 특정 행동만으로 아이의 발달 상태를 판단하거나 진단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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