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에게 잘 웃어주지 못했습니다|피곤한 부모의 미안한 마음

요즘은 자도 자도 피곤합니다.

분명 잠을 잤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잘 잤다는 생각보다 또 하루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더 그렇습니다.

아이가 반갑지 않은 것도 아니고, 같이 놀기 싫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몸이 피곤하니까 웃는 것도 줄어듭니다.

아이가 신나게 무언가를 이야기해도 예전 같으면 같이 웃었을 일을 그냥 듣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놀아달라고 하면 놀아주기는 하는데 마음 한쪽에서는 자꾸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아마 모를 겁니다.

아빠가 자기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냥 피곤한 거라는 걸.

그런데 가끔 아이의 표정을 보면 정말 모르는 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왜 자꾸 안 돼, 안 돼 해?”

어제 저녁에도 그랬습니다.

밥을 먹다가 아이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해서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화를 낸 것도 아니고 크게 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뒤 아이가 다른 걸 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것도 안 되는 일이어서 다시 말했습니다.

“그것도 안 돼.”

그러자 아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왜 자꾸 안 돼, 안 돼 해? 두 번이나 말했잖아.”

순간 웃음이 날 뻔했습니다.

입을 삐죽 내밀고 따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웃지는 못했습니다.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한 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돌아보는 6컷 육아 만화

생각해보니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두 번 모두 안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혼내려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 위험한 행동은 막아야 하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은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두 번이나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안 되는지는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각각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사정이 없었을 겁니다.

그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아빠가 안 된다고 했다는 사실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보다 다른 것이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요즘 내가 아이에게 어떤 얼굴로 보이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데는 웃어줄 체력도 필요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부모가 되는 데 이렇게 많은 체력이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체력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의 별것 아닌 이야기에 웃어줄 힘.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해도 대답해줄 힘.

놀아달라고 달려왔을 때 잠깐이라도 같이 바닥에 앉아줄 힘.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안 돼”에서 끝내지 않고 왜 안 되는지 한 번 더 설명해줄 힘.

그런 것에도 체력이 필요했습니다.

몸에 여유가 없으면 마음의 여유도 같이 줄어드는 날이 있습니다.

요즘 제가 딱 그렇습니다.

항상 웃는 부모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일 좋은 컨디션의 부모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일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합니다.

별일이 없었는데도 유난히 지치는 날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항상 웃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 역시 부모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조금 작은 것을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너무 피곤하다면 아이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주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은 제대로 바라봐주는 것.

아이가 이야기할 때 잠깐이라도 다른 일을 멈추고 들어주는 것.

그리고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안 돼”에서 끝내지 않고 한마디만 더 해주는 것.

“이건 이래서 안 되는 거야.”

그 정도는 해보고 싶습니다.

그 아이는 벌써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제 입을 삐죽 내밀었던 아이는 조금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놀았습니다.

아마 그 일도 저보다 먼저 잊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안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작은 표정 덕분에 요즘의 저를 한번 돌아봤기 때문입니다.

나는 요즘 많이 피곤합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덜 웃고,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지 못하는 날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피곤하지 않은 척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내가 지쳐 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필요한 말까지 줄어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도 잘 놀아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나를 바라봤을 때 한 번 더 웃어주는 정도는 해보려고 합니다.

그 정도부터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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