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가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는 이유|반복 읽기, 말 발달에 도움이 될까?
요즘 아이가 책장에서 여러 권의 책을 꺼내놓고도 결국 고르는 책은 늘 비슷합니다.
어제 읽은 책을 오늘 또 가져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미 내용과 대사를 외울 정도라서 “다른 책도 많은데 왜 이것만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이가 똑같은 책을 다시 들고 오면 새로운 책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다음 장면을 먼저 말하고, 제가 놓친 작은 그림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는 매번 똑같은 독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세 아이에게 반복 읽기는 단순히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듣는 행동이 아닙니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단어와 문장을 기억하며, 부모와 대화를 주고받는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3세 아이는 왜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할까요?
1. 다음 내용을 알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어른은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익숙함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읽었던 책은 어떤 인물이 나오고 다음 장면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놀라거나 이해하지 못할 장면이 적기 때문에 아이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잠자기 전처럼 피곤하거나 하루 동안 많은 자극을 받은 시간에는 새로운 책보다 익숙한 책을 더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내다가 집에 돌아온 뒤 감정을 쏟아내는 것처럼, 아이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며 긴장을 풀기도 합니다.
하원 후 아이가 유난히 예민해지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내는데 집에 오면 짜증 내는 아이도 함께 참고해보세요.
2. 다음 장면을 맞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아이는 이야기의 순서를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다음 장면을 말하거나, 특정 문장이 나올 때 먼저 대사를 따라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아이가 반복해서 읽으면서 점차 이야기 속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내용을 외운 것처럼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글자를 읽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의 순서와 반복되는 문장 구조를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3. 같은 그림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합니다
어른에게는 이미 여러 번 본 같은 그림으로 보이지만, 아이는 반복해서 볼 때마다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처음에는 주인공의 얼굴만 봅니다.
- 다음에는 주인공이 들고 있는 물건을 봅니다.
- 또 읽을 때는 배경에 숨어 있는 동물을 발견합니다.
- 등장인물의 표정과 감정에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익숙해지면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만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과 표현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생깁니다.
4.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3세 전후에는 “내가 할래”, “내가 고를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루 동안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씻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은 대부분 어른이 정합니다.
반면 읽을 책은 아이가 비교적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을 가져오는 행동에는 이야기 자체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오늘 읽을 책은 내가 정했어”라는 주도권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책 고르기뿐 아니라 옷 입기, 신발 신기, 장난감 정리처럼 무엇이든 직접 하려는 시기의 특징은 3세 아이 자립심 키우는 방법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5. 부모와 함께했던 좋은 기억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책의 내용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빠가 재미있는 목소리로 읽어줬던 기억, 엄마 품에 기대어 책을 봤던 시간, 책을 읽으며 함께 웃었던 경험이 한 권의 책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책을 읽어달라는 말은 “이 이야기가 좋아”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그때처럼 나와 함께 있어줘”라는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책 반복 읽기, 말 발달에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험은 아이의 어휘와 이야기 이해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말이 자동으로 빨리 느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것보다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고, 대답하고,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도록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숙한 단어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단어를 한 번 듣는 것만으로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 “깜짝 놀랐어요”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들으며 등장인물의 표정과 사건을 함께 보면, 아이는 ‘놀라다’라는 말의 의미를 점차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듣기만 하던 단어를 나중에는 책을 보며 따라 말하고, 실제 생활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이어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반복되는 문장을 여러 번 들으면 아이는 단어뿐 아니라 문장이 이어지는 방식도 경험합니다.
“토끼가 문을 열었어요”, “곰이 사과를 먹었어요”처럼 인물과 행동이 연결된 문장을 반복해서 들으며 말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혀갑니다.
아이가 책 속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하는 것도 언어를 연습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야기의 순서를 기억하고 설명합니다
책이 익숙해지면 아이는 부모의 질문에 더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 “누가 나왔지?”
- “토끼가 어디에 갔어?”
- “곰은 왜 울었을까?”
-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이런 대화는 단어의 정답을 맞히는 공부라기보다 사건의 순서를 기억하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책의 원래 내용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3세 무렵에는 실제 경험과 바람, 기억과 상상이 한 이야기 안에 섞여 표현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자주 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3세 아이가 거짓말과 과장을 하는 이유도 함께 읽어보세요.

반복 읽기의 효과를 높이는 부모의 방법
1.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읽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부모가 매번 모든 문장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에는 글을 그대로 읽고, 다른 날에는 그림을 보며 이야기만 나눠도 됩니다.
아이가 특정 장면을 오래 보고 싶어 한다면 페이지를 빨리 넘기기보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부분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2. 아이가 아는 문장은 잠시 기다려주세요
반복되는 문장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대사가 나오기 직전에 잠시 멈춰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때 토끼가 문을 열고 말했어요. 나는……”이라고 말한 뒤 기다리면 아이가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더라도 재촉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깐 기다렸다가 부모가 자연스럽게 이어 읽으면 됩니다.
3. 시험처럼 질문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이게 뭐야?”, “무슨 색이야?”, “몇 개야?”라고 계속 물으면 아이가 독서를 문제 풀이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질문만 하기보다 부모의 설명과 반응을 함께 섞어주세요.
- “강아지가 우산을 쓰고 있네.”
- “비가 많이 와서 옷이 젖었나 봐.”
- “다온이는 비 오는 날 어떤 장화를 신고 싶어?”
정답이 하나인 질문만 반복하기보다 아이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질문을 적절히 섞는 것이 좋습니다.
4. 아이의 짧은 말을 한 문장 더 늘려줍니다
아이가 “토끼 울어”라고 말하면 틀렸다고 고치기보다 부모가 자연스럽게 문장을 확장해줄 수 있습니다.
“응, 토끼가 당근을 잃어버려서 울고 있네.”
아이가 “자동차 빨라”라고 하면 “빨간 자동차가 아주 빠르게 달리고 있구나”라고 받아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똑같이 따라 말하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조금 더 완성된 문장으로 반응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다양한 표현을 들을 수 있습니다.
5. 책 내용을 실제 생활과 연결합니다
책에서 손을 씻는 장면이 나왔다면 “우리도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손을 씻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아 가면 어떤 기분일까?”라고 감정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책 속 단어와 이야기가 아이의 실제 경험에 연결될수록 의미를 이해하고 생활에서 표현하기 쉬워집니다.
새로운 책도 읽히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같은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억지로 치우거나 더는 읽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익숙한 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책을 조금씩 섞어주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 아이가 고른 책 한 권과 부모가 고른 책 한 권을 읽습니다.
- 좋아하는 책과 주제나 그림체가 비슷한 책을 보여줍니다.
- 기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탈것이 나오는 책으로 넓혀갑니다.
- 새 책은 강요하기보다 책장 앞이나 놀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둡니다.
-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합니다.
“이 책은 이제 그만 읽자”라고 하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먼저 읽고, 아빠가 고른 책도 한 권 읽어보자”라고 기준을 정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같은 책 읽기에 지쳤을 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도 같은 책을 수십 번 읽는 일은 솔직히 지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힘든데도 아이가 요구하는 만큼 무조건 반복해서 읽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오늘 읽을 횟수를 미리 정합니다.
-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읽어줍니다.
- 아이가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역할을 바꿉니다.
- 책 속 인물의 목소리만 아이가 맡게 합니다.
- 글을 모두 읽지 않고 그림 찾기 놀이로 바꿉니다.
“이 책은 오늘 두 번 읽고, 그다음에는 잠자리에 들자”라고 미리 알려주면 아이도 끝나는 시점을 예상하기 쉬워집니다.
부모가 억지로 참고 읽다가 짜증을 내는 것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횟수와 방법을 정하고 즐겁게 읽어주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책만 읽는 것이 걱정되는 경우도 있을까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행동만으로 말 발달이 느리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책 속 문장을 따라 말하고,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부모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다만 책 취향과 별개로 일상적인 의사소통 전반에서 다음과 같은 모습이 함께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발달·언어 상담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부모와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지속적으로 어렵습니다.
- 필요한 것을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 간단한 질문을 이해하거나 대답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 가족 외의 사람이 아이의 말을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이전에 사용하던 말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줄어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발달 이정표는 진단표가 아닙니다. 부모가 평소 아이와 생활하면서 느끼는 걱정이 크다면 기다리기만 하기보다 전문가에게 아이의 전체적인 발달 모습을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 읽기는 아이가 이야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부모에게는 이미 수십 번 읽은 지겨운 책이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발견할 것이 남아 있는 책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고, 다음에는 단어를 듣고, 그다음에는 문장을 따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다음 대사를 말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합니다.
저도 같은 책을 다시 가져오는 아이를 보며 다른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제가 읽던 대사를 먼저 말하고 작은 그림 하나를 새롭게 발견해 알려주는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는 매번 똑같은 독서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같은 책을 좋아하는 시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밤 아이가 또 그 책을 들고 온다면 “또 이거야?”라는 말 대신, 오늘은 어떤 장면을 먼저 발견하고 어떤 말을 새롭게 꺼내는지 한 번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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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영유아 발달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개별 아동에 대한 발달 평가나 의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